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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수용과 공감의 지혜

by goodmind.kr 2022. 11. 3.

 

미혼모와 수행승

한 젊은 수행승이 일본의 옛 수도인 교토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는 매우 젊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마을 전체가 그를 보고 즐거워할 정도였다.

그들은 그를 존경했고 위대한 성자라 믿었다.

그런데 하루는 모든 것이 거꾸로 뒤바뀌었다.

한 나이 어린 처녀가 임신을 했는데 그녀는 부모에게 아이 아버지가 수행승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자 전체는 그를 불신하고 반대했다.

깊은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처녀가 아기를 낳자 그들은 그의 암자로 몰려가 그곳을 불태워 버렸다.

매우 추운 겨울날 아침이었다.

그들은 아기를 그 승려에게 던졌고 특히 그 처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애는 당신 자식이다. 그러니 책임을 져라."

그러자 승려는 단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가? 이 아이가 내 자식인가?

 

그때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돌아보지도 않고 아기를 돌보는 데만 열중했다.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불탄 암자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아기는 배가 고파서 계속 울어댔다.

그 승려는 아기를 안고 시내로 돌아다니며 동냥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가 그에게 시주를 하겠는가?

단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위대한 성자로 대접받았는데 이제 그는 가장 파렴치한 죄인으로 몰린 것이다.

그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으나 그들은 차갑게 문을 닫아 버렸다.

그들은 이제 완전히 그를 경멸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그 처녀의 집에 당도했다.

처녀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 승려가 문밖에 서서 단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마라.
나는 큰 죄인이다.
그라나 아기는 죄인이 아니다.
그대는 이 아이에게 젖을 줄 수 있다.

 

그러자 그 처녀는 아기의 진짜 아버지를 숨긴 사실을 사람들에게 고백했다.

그 승려는 절대적으로 결백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마을 전체는 다시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의 발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특히 처녀의 아버지는 그에게 아기를 돌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애걸했다.

"당신은 왜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기는 당신의 자식이 아닙니다. "

그러자 그 승려는 그런가 이 아기가 내 자식인가?라고 말했을 때와 똑같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가? 이 아기가 내 자식이 아닌가?

 

수용과 공감의 지혜

미혼모와 수행승은 수동적인 수용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수행승이 수용하지 못할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마치 바보인 것처럼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칭찬과 비난을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

그는 아무것도 특별히 주장하지 않는다.

그가 한 일이라곤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과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바로 이 수행승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회개하며 반성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한다.

수행승의 조건 없는 수용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보다 성숙된 상태를 향해 발을 내딛게 하는 것이다.

만일 수행승이 처음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자신의 결백을 밝혀낼 수는 있었겠지만 아직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미혼모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히게 되었을 것이다.

 

미혼모가 사실을 고백한 시점은 이미 그녀 스스로 자신이 저지를 잘못을 인정하고 온갖 비난을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후이다.

 

그리고 수행승은 그냥 기다려준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모든 것(말, 행동, 인격, 존재를 포함하여)을 수용하는 자세에 사람을 변화시키는 신비한 힘이 들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예화이다.

 

[출처] 동화로 열어가는 상담 이야기 / 박성희 지음 /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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